아빠, 미안
…… 그런 의미에서 아버지는 테제도 그렇다고 안티테제도 아니었다. 그저 하릴없이 암내 난 개 목에 낡아빠진 개줄을 걸고 다니며 상대 수캐를 고르고 한적한 돌산 같은 데로 올라가 흘레를 붙여주는 일을 보람차게 수행하는 사람일 뿐이었다. 그러니 내가 나가야 할 출구를 아버지가 미리 다 막아놓은 셈이었다. …… 《개흘레꾼, 김소진, 1994》



나이를 먹어가며 잃는 것이 있는가 하면, 세월 덕에 주름과 함께 느는 기술이 있는데 내게 그 하나는 아빠를 달래는 그것이다. 아빠는 힘을 많이 잃었다. 그게 언제부터인가... 떠올려 보면...
"아빠가 무슨 생각 하시는지 알아요. 걱정마소."
이 말에 반쯤 안심하시는 모습을 보일 때 부터 일거다. 아빠는 착하다. 한없이 착하다. 떠올리면 눈물나게 착하다. 순해 빠졌다! 사기 한번 안 당하고 칠 십해를 살아오신게 용할 정도다. 그렇게... 착하게만 살아오셨다. 그래서 슬프고 안쓰럽다.

당신 어려서 영문도 모르고 아버지를 잃고, 중학교도 채 마치지 못하고, 배운 기술 하나로 적쟎은 자식들 공부 시키고, 그나마도 순탄치 않아 여즉 일을 놓지 못하고. 내가 알고 느낀 그의 인생이란게 이게 다 이다. 고작.

삼겹살에 물냉면 한그릇이면 '딸 덕 봤다' 하신다. 그게 싫다. 차라리 '○○네는 딸네가 여행 보내 준다더라'며 애들 생떼 쓰듯 하면 못 이기는 척 궁시렁 거리기라도 할텐데, 고작해야 네비게이션 업그레이드 해 달라면서도 눈치를 보신다.

"아빠가 무슨 생각 하시는지 알아요. 걱정마소."
요즘, 이 말이 잦아졌다.

아빠, 미안.
by louis | 2008/06/29 04:53 | diario minimo | 트랙백 | 덧글(2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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Commented by 海月 at 2008/06/29 16:50
부모님 늙어가는 모습 보면 자꾸 자신을 돌아보게 되더군요. 쩝...
Commented by todal at 2008/06/30 10:23
효녀네요. 우왕굳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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